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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석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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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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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1
선애치환(先愛治患)

 

대통령실은 “증원 못 미뤄, 설득할 문제”라는데… 의대 교수들마저 결국 가운을 벗는다.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에 반발해 전국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을 결정했다. 대통령실은 물론이고 국무총리, 관계부처까지 수차례에 걸쳐 반발하는 의료계를 향해 설득, 당부, 경고 등 여러 메시지를 쏟아낸 시도에도 의대 교수들이 끝내 가운을 벗기로 하면서 국민 생명권을 놓고 양측 간 대치가 지속될 전망이다.

 

의료계는 “환자들을 버리는 게 아니다”라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국민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의대 증원 규모 조정을 제의하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조정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앞으로 발생하게 될 의사 부족을 고려하면 2000명이라는 수치는 오히려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개혁은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며 “응급환자 및 중증환자에 대해 빈틈없는 비상 대응을 하라”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주문하며 “의료법을 위반해 진료현장을 이탈하는 집단행동은 교수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대통령실 발표다.

 

“의대교수들이 중재자로서 역할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가 ‘먼저’ 2천명 의대 증원을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집단행동’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집단사직을 결의한 배경에는 처벌을 앞둔 제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전공의가 사라진 의료현장의 힘든 상황도 있지만, ‘의대 증원’ 자체에 대한 교수들의 강한 반대가 결정적 요인으로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는 뉴스타이틀이 큼지막하다.

 

“여러분의 협조 덕분에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비상진료 체계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집단행동 장기화에 따라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들의 피로도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의료현장을 면밀히 살펴 의료진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환자진료에 매진할 수 있도록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여 지원하겠습니다”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애끓는 호소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리지 않았으면 오죽이겠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진료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까지 우려되는 가운데 교수들의 집단 사직 예고는 병원을 그만두겠다는 의지보단 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선언적 의미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고 하지만, 전공의 이탈로 과중한 업무를 떠맡은 교수들이 버텨내지 못하고 떠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선진화로 유일하게 세계가 부러워마지 않던 시스템과 신뢰가 무너져가는 것만 같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객관적이고 균형적으로 지켜볼 수 있어야 마땅할 “우리들 스스로가 성찰할 기회는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어 현재를 발전시켜야만 미래를 열어갈 수 있겠지만, 요즈음의 상황은 저마다의 바람과는 너무 다르게 무분별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기댈만한 곳을 잃은 환우와 염려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일반시민들의 불안과 의료 공백이 심각해지고 진료체계는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을 그저 바라보며 처분을 기다리기만 할 일은 아닌 줄로 안다.

 

나이가 들면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몹쓸 질병과 뜻하지 않는 사건과 부상이 두렵게 마련이지만,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두려움’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허준 선생은 동의보감에서 “마음이 어지러우니 병이 생겨나고, 마음이 안정되니 절로 낫게 되니 최고의 의생(醫生)은 결국 마음이다(心亂卽病生이요 心定卽自癒이니 心醫로다)”고 했다. 쓸모없는 억측은 자제하고 너나없이 건강을 지켜내기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하긴, 세상인심이 뒤숭숭해서일까마는 ‘참봉노릇도 벼슬이냐며 본인이 싫다 하면 어이하는 수 없다’던 옛말도 귓전이 따갑도록 얻어듣던 우리들이다. 대형 병원 복도 벽에 걸린 크나큰 액자에 쓰인 ‘선애치환(先愛治患)’의 말뜻이 ‘먼저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한다’는 사려 깊은 뜻으로 이해한다. 뉴스사진으로 게재한 언론사의 의중이 짐짓 무언지 꿰뚫고 탐독하는 독자들도 적지 않은 줄 안다. 전공의와 의료진들의 고충과 애로, 국민을 위한 수고를 전혀 모르는바 아니다. ‘선애치환’의 문구처럼 국민을 진정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국민을 먼저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환자를 돌보아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집 떠나가 배운 노래를

집 찾아오는 밤

논둑길에서 불렀노라. /

나가서도 고달프고

돌아와서도 고달팠노라.

 

열네 살부터 나가서 고달팠노라. /

 

나가서 얻어 온 이야기를

 

닭이 울도록

 

아버지께 이르노니 /

 

기름불도 깜박이며 듣고,

 

어머니는 눈물로 고이신 대로 듣고

 

니치대든 어린 누이 안긴 대로 잠들며 듣고,

 

윗방 문설주에는 그 사람이 서서 듣고, /

 

큰 독안에 실린 슬픈 물같이

 

속살대는 이 시골 밤은

 

찾아온 동네사람들처럼 돌아서서 듣고 /

 

그러나 이것은 모두 다

 

그 예전부터 어떤 시원찮은 사람들이

 

끝맺지 못하고 그대로 간 이야기어니 /

 

이 집 문고리나, 지붕이나,

 

늙으신 아버지의 착하디착한 수염이나,

 

활처럼 휘어다 붙인 밤하늘이나, /

 

이것이 모두 다

 

그 예전부터 전하는 이야기 구절일러라.”

 

[정지용(鄭芝溶)/ <옛이야기 구절(句節)> 신민(新民)#21호 1927·1]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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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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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2
2024-03-14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는 의료 시스템을 위해”

 

- 전공의 파업에 대한 소회 -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의료계 파업 사태로 전공의와 교수 등 집단 이탈이 이어지고 있지만 불철주야로 환자의 곁을 지키고 계시는 의사들도 적잖다. 2000년 정부의 의·약 분업 시행령에 반발해 의사 파업에 앞장섰던 의대 교수가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에게 “진정으로 투쟁하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정부와 대화하길 바란다”고 조언을 했다. 일반의(一般醫)이자 의료법학을 전공한 법학박사 권용진 서울대학 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자신의 SNS에 게시한 글에서도 이 같이 밝혔다.

의·약 분업 파업 당시 의협 의권(醫權)쟁취투쟁위원회 총괄간사를 맡았던 권 교수는 “의업을 포기한다면 그것 또한 여러분의 선택”이라면서도 “다만 계속해서 의업에 종사하고 싶다면 최소한 의사로서 직업윤리와 전공의로서 스승에 대한 예의, 근로자로서 의무 등을 고려할 때 여러분의 행동은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업을 그만두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일을 마무리하고 정상적 퇴직 절차를 밟고 병원을 떠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투쟁을 하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내용을 심도 있게 파악하고 더 나은 정책 대안을 갖고 정부와 대화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피상적인 견해를 두고 “의대 정원 확대와 필수 의료 패키지 정책으로 박탈감을 느낀다. 의대생들은 학창시절부터 수년 동안 사명감 있는 직업을 꿈꾸고 열심히 공부했다”는 어느 의과대학 학생의 발언에 환자 단체가 “의사들만 꿈을 꾸면서 직업을 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일반 시민들이 병원 방문을 한국만큼 자주 하지 않을뿐더러 진료받기 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한국은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의료비용이 저렴한 환경에서 쉽고 빠른 진료를 보는 효율화를 이뤄냈는데, OECD 국가기준에 비해 의사 인력이 적다며 무계획적 확대를 주장할 시 심각한 의료 질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직업군 모든 이들이 소명의식과 사명의식을 가지고 열심히들 일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게 의사들만의 특권인 것처럼 얘기하시는 거에 대해서는 환자들도 불편해하시는 부분”이라고 했다. “과거에 수년간 누적된 경험에서 의사 파업으로 인해 정부 정책이 어물쩍 물러선 것이 학습된 것”이라고도 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필수 의료와 지방의료 붕괴의 또 다른 원인은 손대지 않고 정원만 늘리는 것은 잘못된 정책 결정”이라며 “신중함과 과학적 근거가 필요한 의료정책을 너무 조급하게 서둘러서 시행하는 것은 오히려 의료시스템을 와해시킬 수 있다”고도 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호소문을 발표하고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들에게 “환자 곁으로 돌아가 국민과 함께 의료개혁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거부로 환자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며 “수술·처치·입원·검사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생명을 팽개치다시피 한날한시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집단 진료거부”라며 “의사들은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 진료마저 내팽개쳤는데… 어느 국민께서 이해하고 용납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아무렴 “의사 인력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건 의사뿐이며 환자도 병원도 전문가들도 정부마저도 우리나라 의사가 부족하다고 한다”며 “의사가 없어 의사 업무를 떠넘기는 불법의료행위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환자들은 만족스러운 진료를 받을 수 없으며, 전공의는 극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전면 백지화를 내세운 진료거부는 어떠한 이유로도 해법이 아니다”는 의견 대립에 물러설 기미는 없어 보인다.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는 전공의들에게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특히 이들이 의료 현장에 복귀한 동료 전공의를 공격하며, 집단행동 참여를 압박하자 법과 원칙에 따른 처분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일부 언론에서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 명단을 공개하고 악성 댓글로 공격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해 법률과 원칙에 따른 처분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조속한 복귀와 대화를 촉구한다. 정부는 의료개혁 추진과 관련해 모든 의료인들과 함께 언제든지 진지하게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이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뒀다.

 

“대중음악은 코드(Chords)로, 클래식음악에서는 화음(Triads·和音)으로 설명을 한다는데…” 속담에 ‘정승(政丞)날 때 강아지도 낳는 세상이다’는 말이 있다. 길어 올린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의연함이 겸손한 마음과 생각과 행동을 함께 모아 불빛을 지켜내려는 의지는 가상하지만, ‘나가다 오나, 나오다 가나’ ‘공통의 이익에 바탕을 둔 관계의 힘과 중요성에 대한 입장’을 서로가 확인했으면 오죽이겠다.

“十字街頭鋪席開 牛?馬勃盡收來 等閑落在名醫手 貴賤無非是藥材”- ‘네거리 교차로에 점포 열려 있어 /흔하지만 유용한 약재는 모두 거둬들이지 /소홀하여 떨어진 것은 명의(名醫)의 손에 있는데 /귀하고 천(賤)한 것에 이런 약재 아닌 것이 없다하네.’ - [희수소담(希?紹曇)/南宋, <송고(頌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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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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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7
정의와 용기, 우정

 
 ‘어김없는 약속처럼 찾아들 봄기운’이 누리에 가득해질 테다. “와~ 벌써 목련 꽃봉오리가!” 돌고 도는 물레방아에 비유되는 세상살이지만, 역사는 과거의 기록만이 아니다. 24절기에서 4번째 우수(雨水)와 춘분(春分) 사이에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깜짝 놀라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 낼모레다. ‘정의(正義)와 용기(勇氣) 그리고 우정(友情)의 소중함’을 애써 강조한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Three Musketeer)’는 루이 13세 시대를 배경으로 “One for all and all for one” 명언으로 우리들에게 기억된다.

 

 “국가의 위급(危急)과 존망(存亡)은 이 거대한 사회에 속한 누구에게나 실존적인 갈등으로 다가온다. 한반도 주변에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중화(中華)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기치로 패권 도전을 선언했고,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위대한’ 러시아 제국의 부활을 위해 빼앗긴 땅을 수복하겠다며 3년째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 뒤를 이어, 미국을 다시금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Make America Great Again>의 횃불을 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재입성(再入成)을 향해 진군 중이다.
 마치 19세기 제국주의 시대가 부활하기라도 한 듯 한반도가 온통 주변국들에 둘러싸이고 상호 대립하는 신(新)냉전 체제가 깊어지고 있다. ‘안보(安保)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미국의 적국 중국에 의존’했던 모순된 정책은 이제 설 땅이 없고, 한국이 원하건 원치 않건 선택이 불가피한 시대가 왔다. 게다가 당선 가능성이 점증(漸增)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가 초래할 ‘미국우선주의’로의 정책 전환은 냉전(冷戰)이래 70년간 한•미동맹의 일방적 수혜에 안주(安住)해 온 한국 외교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

 

 미국은 냉전 시대 40년간 자유 민주진영 전체에 막대한 군사적, 경제적 보호막을 제공했고 한국은 그 대표적 수혜국이었다. 그러나 탈냉전 후 30년간 지속된 세계화의 시대에 미국의 일부 동맹국들은 미국의 군사적 보호에 의존하면서도 자국의 경제적인 이익 극대화를 위해 미국의 잠재적 적국인 중국, 러시아와 손잡고 그들의 전략적 이익에 열심이었다. 그 대표적 사례는 유럽의 독일과 아시아의 한국이었다. 국력이 점차 쇠퇴해 가는 탈냉전시대의 미국이 직면했던 상황에 대해 정면으로 분노의 칼을 뽑았던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다.
 ‘자국우선주의’라고 비난받는 트럼프 대외 정책의 핵심은 ‘미국의 이익이 없는 곳에 일방적 안보(安保)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상응(相應)하는 기여(寄與)를 제공하고 자주국방을 강화하라는 거다. 동맹국들의 볼멘 불평에도 불구, 미국을 대체할 더 좋은 옵션은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미국 대신 중국이나 러시아의 안보지원을 받으려들면 아마도 주권이나 영토를 담보로 제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국우선주의’는 세계적 공통 현상이며, 한국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나라다. 미국의 안보지원을 70년간 받고도 자국의 현안(懸案)에만 매몰돼 남중국해, 대만 등 미국의 관심사에는 무관심하고, 방위비 분담금을 한 푼이라도 더 깎는 게 애국이라고 칭송받는 한국도 철저한 ‘자국우선주의’ 국가다.

 

 양극화(兩極化)된 코끼리와 당나귀의 기치(旗幟)아래 세력을 결집하는 정치 지형은 섣부른 예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어느 후보가 ‘더 쉬운 상대’인지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맛대로 가늠해볼 순 있겠지만, 상대 후보에 맞서 어떻게 대선(大選) 선거운동을 펼치느냐가 보다 중요할 테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前) 대통령의 재(再)대결은 당내(黨內) 불만 세력이나 부동층을 끌어들이는 유인책이 된다고 한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과거 자신이 나토(NATO) 회원국 중 ‘GDP 대비 국방비 2%’라는 최소기준을 못 맞추는 나라는 “보호하지도 않고, 러시아에게 맘대로 하라고 부추기겠다.”고 공개하자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동맹국들끼리 서로 지켜주지 않겠다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모두의 안보를 훼손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독일 외교부도 소셜미디어 X에 “One for all and all for one” 이 나토의 신조(信條)가 9억5000만여 명을 안전하게 지킨다.”라며 비판했다.

 

“국제사회는 인간사회와 마찬가지로 베푼 만큼 받는 사회인 줄 안다. 트럼프 시대에는 더욱 그러 할 것이다. 한국외교가 격랑(激浪)을 헤쳐 가는 데 필요한 지혜는 먼 곳에 있지 않다. 한국민의 세계관 깊은 곳에 자리한 ‘자국우선주의’를 극복하고 우리가 미국에 바라는 만큼 상응하는 기여를 미국과 국제사회에 제공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미국의 예멘 후티 반군 공습에 아태(亞太)지역의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도 8개 연합국 일원으로 동참했다. 파병이 금지된 일본을 제외하면 미국의 아태지역 동맹국 중에서 빠진 나라는 한국뿐이다. 미국의 남중국해 ‘항행(航行)의 자유 작전’에 10년째 불참하는 동맹국도 한국뿐이다. D•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만 비판할 때가 아니다”는 주장도 듣는다. 

 

 일본에서 올해 유행하는 신조어(新造語)는 ‘모시토라(もしトラ•혹시 트럼프가 米 대통령이 된다면…)’라고 한다. ‘혹시’라는 뜻의 일본어 ’모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칭하는 ‘토람프’를 합친 조어다. 일본의 한 대학교수는 “일본의 대미 외교나 아시아 안보 정책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안타깝지만 벌써 트럼프 시대가 온 것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미국의 정책에 트럼프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모시토라’라는 표현에는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일본의 위기감이 담겨 있다. 트럼프를 뜻하는 ‘토라’는 ‘토라(虎•호랑이)’라는 같은 발음의 일본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트럼프 리스크는 한국도 예외일 리 없지만, 전직 대통령•총리나 여당 실세 정치인이 ‘만남 불발’이란 치욕을 무릅쓰고 트럼프 진영에 다가갔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전•현직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트럼프 리스크’를 말하면서도 신경은 온통 4월 총선에 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어느 국회의원은 “만약 트럼프 2기가 온다면 “골프장 벙커에서 발라당 넘어지면서도 활짝 웃으며, 트럼프 리스크를 최소화했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없다는 점”이라며 “다행인 대목은 일•한 관계 개선 덕분에 이번엔 공동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했다.

 

  “전쟁은 언제든 벌어진다. 그리고 아무도 대신 싸워주지 않는다.” 힘의 논리가 일맥상통하는 국제사회의 현실이 드러나면서 글로벌 정치•경제 구도가 격변하고 있다는 평가다. ‘자신을 이롭게, 이웃도 이롭게, 너나없이 이롭길’ 바라지만, 여의찮은 현실과 도로(徒勞)는 어찌할 수 없는 우리들 몫이 되고 만다. “여러 사람의 마음은 성(城)을 이룰 수 있거니와 뭇사람들 입에서 나온 성토(聲討)가 쇠붙이를 녹일 수 있다.(衆口成城 衆口?金)”고 했다. 총선을 앞두고 양극(兩極)으로 분열된 한국사회가 그나마 하나 되는 모습을 보길 희망한다. 국민을 단결시키는 중요한 촉진제(促進劑)가 되었으면 오죽이겠다.
“자신에 대한 의심이 들 때마다,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이것만 기억하십시오. 용기는 변화의 뿌리라는 말을요. 화학적으로 우리는 변화할 수 있게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그러니 내일 아침 일어나면 다짐하십시오. 무엇도 나 자신을 막을 수 없다고. 내가 뭘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더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 규정하지 말자고. 누구도 더는 성별이나 인종, 경제적 수준이나 종교 같은 쓸모없는 범주로 나를 분류하게 두지 말자고.” [Bonnie Garmus, <Lessens In Chemistry>] 
(대한민국 ROTC 회원지 Leaders’ World 202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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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9
아무렴…

 

 

전공의(專攻醫)들이 환자진료를 거부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정부 당국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법(法)에 부여된 의무(義務)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한 뉴스타이틀이 대문짝만하다. 상투적(常套的)인 단어로 여겼을는지 모르지만 의료인(醫療人)들은 ‘사랑과 우정 그리고 평화의 상징’이었다.

정부는 “의사가 부족하니까 의대 정원을 늘려서 배출되는 의사가 많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의사들은 “의사 수 안 모자란다. 안 늘려도 된다”는데, 쌍방(雙方)의 견해가 엇갈린다. 지금 의료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필수 의료인력 부족인데, 의사들이 기대하는 돈은 안 되고, 노동 강도는 높은 필수 의료분야에는 안 간다고 한다. 그래서 대형병원에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라고 부르는 과목에 의사가 없다는 거다. 전공의(專攻醫) 인기과목도 힘들고 위험한 수술을 하는 필수분야는 지원자가 점점 줄어들고, 업무 부담이 적고 편한 ‘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로 학교 성적 최상위 학생들의 지원이 몰린다고 했다.

 

현재 상황이 이렇다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와 의사들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데, 해법에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다. 정부는 ‘의사정원을 확대해야 필수 의료분야로 인력이 공급된다’는 접근이고, 의사들은 필수 분야에 가려고 하는 사람이 늘어나도록 지원을 많이 해주자는 취지다. 진료 수가(酬價)를 높인다든지, 분쟁이 발생했을 때 비형사적인 구제방법을 활성화하자든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필수 의료분야를 선택하는 의사가 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의사들은 저(低)출생 때문에 의료 수요가 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출생아(出生兒)가 줄어드니까 소아과나 산부인과의 의료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맞다. 하지만, 평생 의료비 지출은 J커브를 그린다고 한다. 노인이 될수록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고, 사망 직전 1년 의료비가 평생 의료비의 20%를 차지하는 걸로 나타난다. 고령화 추세와 함께 의료수요는 분명 늘어나고 장기적으로 보면 전체적으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의료수요가 감소하는 날이 닥칠 테다.

 

의사들이 지속적으로 의대정원 확대를 반대하고 있는 이유를 크게 3가지로 요약한다면 ▲적정 의사인력 수급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체계적인 계획이 없다 ▲의학교육은 간 데 없고 정치적 목적으로 변질됐다 ▲9.4 의정(醫政)합의를 파기했다 등의 주장이다.

단순히 OECD 통계만으로는 국가별 산출기준이나 실질적 지표를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학교의 수요를 충족시켜주면서 총선에서 이익을 보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게 두 번째다. 일방적으로 의대정원 확대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깨뜨렸다는 게 세 번째 주장의 핵심이다.

의사협회 핵심 구호는 “일방적 의대증원 의료붕괴 초래한다”인데, 의협(醫協) 말대로라면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정부 말대로라면 이대로 그냥 두면 필수의료체계가 붕괴되는 것이다.

 

의사단체들은 지난 정부 때도 집단행동을 하면서 각을 세웠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뭔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전 정부랑 똑같이 의대정원 확대를 들고 나왔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의사들이 고소득 직업임에도 툭하면 진료거부로 환자를 볼모로 잡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이 팽배(澎湃)하다.

정부는 10년 뒤인 2035년 수급전망을 토대로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고 한다. 현재 의료 취약지구에서 활동하는 의사인력을 전국평균 수준으로 확보하려면 약 5천명이 필요하고,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늘어나는 의료수요를 감안할 경우 2035년에 1만 명 수준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감(枾)나무가 많은 고장에서는 감(枾)을 따먹어도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이다. 뉘시라 ‘감(枾) 놔라! 배(梨) 놔라!’ 할 일도 아니건만, 마땅찮게 보이는 것은 숨길 수 없다. ‘마음이 어지러우니 병이 생겨나고, 마음이 안정되니 저절로 낫게 되니, 최고의 의사는 마음이로다’라고 했다. ‘경우(境遇)의 수(數)’를 불문(不問)코 생각해 봄직도 하련만…, 이래저래 남 탓으로 치부(置簿)하고, 사회가 분노로 들끓게 하며, 저마다의 주장을 굽히려 들지 않는 풍진(風塵) 세상에 일반국민들께서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을 ‘알랑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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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5
진금부도(眞金不鍍)

 ‘이중과세’(二重過歲) 폐해를 내세우며 양력 설 한 번만 챙길 것을 주장했던 시절도 있었다. 이중과세라 하면 세금을 두 번 매긴다는 의미처럼 들리지만 여기서는 새해를 두 번 쇤다는 뜻이다. 낭비는 이중과세의 대표적 폐해(弊害)로 꼽혔었다. 정부(政府) 입장에선 부지런히 일해야 하는 국민들이 양력설과 음력설 두 번이나 쉬는 걸 문제점으로 삼아냈다. ‘홍동백서(紅東白西), 어동육서(魚東肉西), 조율시이(棗栗?梨)’라고 했다. 이제와 “간소한 차례상도 괜찮다” 했지만 “시어머님 말씀이 성균관보다 힘이 세다”는 대문짝만한 뉴스타이틀을 보면 철옹성(鐵甕城)같은 믿음을 깨는데 애를 먹는다는 세태(世態)도 읽혀진다.

 

 “진금부도(眞金不鍍)” ‘순금(純金)은 도금(鍍金)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진실한 사람은 자신을 부풀리거나 꾸밀 필요가 없음’을 일컫는다. COVID-19이 빚어낸 펜데믹으로 뜻하지 않게 단절됐던 대한민국 ROTC 캐나다동부지회 선•후배•동문들과 그 가족이 갑진년(甲辰年) 민족고유의 설날을 맞이하여 푸짐한 떡국을 곁들이며 신년하례(新年賀禮) 모임을 가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건강한 모습과 즐거운 마음으로 서로서로 친목을 돈독하게 나누는 자리였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고명이 얹힌 떡국 맛이 여느 때보다 맛깔스러웠다. 떡국은 우리들에게 친숙한 음식 중 하나이지만 특히 설날이나 생일 등의 기념일에 떡국을 먹는 것은 전통이자 습관일 테다. 국물이 진하고 고소한 맛을 여럿이 함께 나누니 맛있고 떡국 한 그릇만으로도 한 끼 식사로는 부족함이 없었다. 떡국 먹고 짐짓 한 살 더 꼽았던 셈법도 있었지만 이제는 호랑이 담뱃대 물던 옛이야기다. 너나없이 모두의 건강과 행운을 빌어마지않는다.

 

 오랜만에 모인 만큼, 덕담(德談)만 해야 할 텐데… 세뱃돈 기다리는 재미가 없어서일까만 떡국 떡 모양이 원형과 타원형 중 어느 것이 나은지에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다. “식재료의 표면적이 넓어지면 양념이 쉽게 배고, 열(熱)도 많이 받아들여 조리시간도 줄어 어슷썰기 하는 이유라는 쥔장의 유권해석이 그럴 듯 했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을 앞장세우기 바빴던 지난 세월이건만, 먹고 싶은 것을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다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라 두루 감사해야할 일이다.
 팀원들이 서로 협력하여 승리를 목표로 하는 윷놀이는 성황을 이뤘다. 윷을 잘 던지는 것도 중요했지만 상황에 맞는 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것이 승리하기 위한 핵심이다. ‘윷’이나 ‘모’가 나오면 한 번 더 던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기회는 공정했고 경쟁해가면서도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최선의 결과에 상응(相應)하는 부상(副賞)도 적잖게 따라 하마터면 놀라 자빠질 뻔 했다는 후문이 자자하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萬事從寬其福自厚”(만사에 관용(寬容)으로 베풀고 종사(從事)할라치면 복(福)이 스스로 두터워진다’고 했다.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행사준비에 애쓰신 회장단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각설(却說)하고, 2023 QATAR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한국은 요르단에 어이없게도 0:2로 패배했다. 이로써 카타르에서 한국의 경기는 더 이상 없다. 3, 4위 결정전이 없기 때문이다. 4강전에서 패(敗)하면 그대로 끝이다. 월드컵과는 다른 경기운영 방식이다. 이변(異變)의 희생양에는 아시아의 강호를 자처했던 한국과 일본도 있었다. 일본은 이라크에, 대한민국은 지난 25일 말레이시아(130위)와 일진일퇴(一進一退)를 거듭하는 공방 끝에 3:3으로 비긴 수모를 겪은 것도 예상을 훨씬 뒤엎은 결과였다. 쓰러진 거인들은 후폭풍에 시달렸겠지만 관중이 몰려 역대 아시안컵 신기록도 써 내렸다.
 손흥민은 아시안컵 기간 토트넘의 경기 때마다 자신의 SNS를 통해 선전(善戰)을 기원했다. 토트넘은 정신적인 지주인 캡틴 손흥민의 부재(不在)가 아쉽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난 손흥민의 활약이 정말 기쁘다. 어젯밤 또 다시 보여준 그의 모습은 국민 영웅이었다. 그가 마지막까지 갔으면 좋겠다. 다만 우리는 그동안 손흥민없이 경기에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페널티키커로 나선 황희찬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손흥민은 연장 전반 14분 환상적인 프리킥 골로 2:1 역전승을 완성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던 일본이 아시안컵 4강 진출에 실패하자 한국과의 전력 차이를 비교하는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다. 중국의 스포츠 포털은 “일본팀의 나태한 플레이가 눈에 띄었다며 지는 게 당연했다”고 논평했다. 이어 “현재 일본에는 신뢰할 만한 에이스가 부족하다는 둥 이는 큰 문제이며 한국과 비교하면 차이는 분명하다”고도 했다. “최강의 멤버로 대회에 임한 일본이지만 준결승조차 진출하지 못하는 고배를 마셨다”라며 비비꼬는 외신의 혹평을 일본 현지 매체들도 잇따라 인용해 보도했었다.
 엄청난 비판 속에서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2023 아시안컵 4강에 올랐다. 조별리그는 졸전(拙戰)이었고 상대적 약체 팀들에게 고전(苦戰)을 피하지 못했다. 바레인에 3:1 승리를 거둔 후 요르단과 2:2로 비겼고, 말레이시아와도 3:3 무승부에 그쳐 대표팀을 향한 비난은 최고조에 달했다. 우승 후보라면서 조 1위도 차지하지 못한 한국팀. 약(弱)팀들에 굴욕을 당한 아시아의 호랑이라며 그들을 향한 불신(不信)이 강해졌다.

 

 그런데 그들은 토너먼트에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모든 축구팬들에게 우승 희망을 주는 대표팀으로 거듭났다. 축구팬들이 진심을 다해 지지를 할 수 있는 대표팀의 모습을 갖췄다. 냉정하게 말해 공격은 세밀하지 못했고, 수비에 난 구멍도 메우지 못했다. 그런데 확실히 달라진 것이 있다. 조별리그에서는 느끼지 못한 대표팀의 힘, 바로 ‘투혼(鬪魂)’이다.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고, 대표팀을 자랑스럽게 만들었다.
 단순(單純)한 비교는 어렵지만 축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경기임을 요르단이 증명이라도 하듯 보여줬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의지와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열정과 승리를 쟁취하려는 투쟁심이 모여 기적 같은 경기를 보여줬다. 호•불호(好•不好)는 주관적이지만, 스포츠 경기는 지난기록을 무너뜨리고 스코어로 결과를 말해준다. 상대의 허(虛)를 찌를 수 있는 더욱 다양한 득점 패턴이 필요한 한국 팀이다. 최선의 경기를 펼친 태극전사들의 투혼(鬪魂)에 힘찬 응원을 보낸다.
“假金方用眞金鍍 若是眞金不鍍金 十載長安得一第 何須空腹用高心” - ‘가짜 금(金)을 쓰려면 진금을 입혀야 하는데 / 만약 진짜 금이라면 도금(鍍金)하지 않지 / 장안(長安)살이 십년에 최상의 것을 얻었다고 / 주린 배 끌어안고 고상한 척 할 필요 있을까’ - [이 신(李 紳)/唐, <답장효표(答章孝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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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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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8
극적인 역전승

 오늘따라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다. 24절기(節氣) 中 입춘(立春)이라서 일까마는 눈 덮인 벌판에도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것만 같다. 그렇다는 느낌은 너·나할 것 없이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 용(龍)은 ‘낙타 머리에 사슴 뿔, 토끼 눈, 소의 귀, 뱀의 목, 개구리 배, 잉어 비늘, 매 발톱, 호랑이 발’을 가졌다고 전하는 십이지(十二支) 동물 중 유일한 상상의 동물이다. 여담(餘談)이지만, 우리들은 ‘하마터면…’ 이라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뻔 했다.

 “양당(兩黨)이 오차범위내 박빙(薄氷)의 접전”이라는 여론조사 발표다. 아무렴 서로가 불신하는 정치풍조가 뒤틀리면서 조직이 분화(分化)되고 극단적 정파성(政派性)을 띄는 강성(强性) 여론이 격돌하는 모양새는 ‘바람·구도·인물’로 꼽히는 선거 3요소에 따른 ‘공천 갈등 관리’와 ‘당정관계 변화’가 향후 과제로 손꼽혀진다고 했다. 제3지대가 돌풍을 일으키려면 지역구보단 비례대표 선거에서 선전하는 게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되기 때문이지만, 6개 분파의 세력과 지지율이 제각각이라 합의점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누군가 얘기했지만 인생은 힘들 때도 있고 기쁠 때도 있다. 인기가 충천하든, 자격이 부실하든 민복(民僕)으로 선택받아야 하는 후보들의 심정은 지나가는 동네강아지나 키 큰 전봇대에게는 머리를 굽혀 숙이질 않았다 할지언정 갈급(渴急)한 그 심정이야 익히 알고도 남음이 있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해 나아갈 것’을 바라며 ‘민심이 천심’인 줄도 너나없이 안다. 승승장구하길 바라마지않는 간절한 마음은 어느 누구에게나 평등할 것이다.

 

추워야 제 맛이라는 겨울철이지만, ‘QATAR에서 펼쳐지는 대한민국 축구 승전보’를 알리는 뉴스타이틀이 대문짝만하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0:1로 끌려가다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울버햄튼)의 동점 골과 연장 전반 14분 손흥민(토트넘)의 역전 결승 골을 터뜨려 2:1로 역전승을 거뒀으니 말이외다. 스포츠 경기는 친선과 페어플레이를 추구하면서도 필승을 다짐하는 동기부여를 가지고 있다. 승자가 보여주는 겸양(謙讓)은 아름답고 갸륵한 미덕으로 여겨지고,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하는 패자(敗者)에게 보내는 박수갈채는 격려해주는 관중들의 마음가짐이다.

 클린스만 감독의 기대에 비해 아직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은 부분에 대해 “기대치가 높을 때 시작부터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갈수록 발전할 것이다. 승리를 하면서 경기력도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부분에서 발전을 해야 한다. 긍정적인 부분이다. 팀으로서도 발전하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기대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며 “상대팀을 존중하면서 승리만 바라보겠다.”고 강조했다. 집중 견제로 활약이 다소 부족했던 손흥민에 대해서 클린스만 감독은 “견제를 받는 건 당연하다. 손흥민이기 때문에 그렇다. 어느 팀이든 손흥민이 볼을 잡으면 2~3명이 득달같이 달려 붙는다. 이강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를 대처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믿음을 드러냈지만 ‘리스크 없는 경기는 있을 수 없다.’

 

 결승 한·일전 가능성이 사라졌다. 일본이 이란에게 패하면서 한국이 결승에 올라갈 경우 결승전은 이란 혹은 카타르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이란과 카타르도 매우 힘든 상대다. 하지만 일본에 비교할 바는 아니다. 여기에 한·일 양국에게는 ‘절대로 지면 안 된다는 정신적 부담감’도 상당하다. 그런데 일본이 8강에서 밀려났다. 클린스만호는 일본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는 심리적 우위 속에서 4강전을 맞이하게 됐다. 상황은 ‘간바레(頑張れ·힘내)’하던 일본이 한국보단 훨씬 좋았다는데 고비를 넘기자 봄이 다가선 셈이다. 한국은 타지키스탄을 꺾은 요르단과 맞붙는다. 요르단과의 4강전은 2월 7일 0시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다.

 요르단 핵심 선수 알타마리가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알타마리는 “부상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고 결승까지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부상의 정도가 가볍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알타마리는 프랑스 리그앙 몽펠리에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화려한 드리블 돌파가 강점이다.

 

 알타마리는 앞서 지난 20일 E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국을 상대했을 때도 한국 수비진을 혼란스럽게 헝클었다. 그러나 지난 2일 타지키스탄과 8강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알타마리의 드리블 성공률은 50%에 그쳤으며 후반 26분에 알타마리는 박스 안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얻고도 추가 골 찬스를 놓쳤다. 게다가 타지키스탄전 종료 직전 부상으로 인해 교체로 물러났다. 결승행 티켓을 노리는 한국 입장에선 호재라고 할 수 있지만 한국도 안심하기엔 이르다.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요르단전에 결장(缺場)하기 때문이다. 한국 수비 핵심인 김민재가 결장하며 대표팀 전략에도 다소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위선양을 위해 뛰는데 힘들다는 건 핑계다. 우승, 한 가지 목표만 가지고 나아가겠다.”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팀은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연장전 끝에 호주를 2:1 역전승을 거뒀다. 스포츠 통계 매체 옵타는 2023 카타르 아시안컵 8강 1, 2경기가 끝난 뒤 이번 대회 우승 확률 순위에서 대~한민국이 아시안컵 결승행 확률 69.6%, 우승 확률 33.6% 1위로 수정했다.

“貧居無釜甑 求冶不求陶 種子時常乏 錢兄久在逃/絶糧嫌日永 無褐怯風高 人世誰能記 九牛遺一毛”(- ‘가난하게 살아 솥과 시루도 없고 / 쇠그릇 구해도 질그릇 구하지 않네. / 자잘한 그릇은 늘 부족하고 / 돈은 오래도록 달아나 보이지 않지 / 양식 떨어지니 긴 낮을 싫어하고 / 베옷 하나 없으니 바람 드셈을 겁낸다오. / 인간 세상에 뉘라서 기억할 수 있으려나 / 아홉 마리 소(牛)가 터럭 하나 남김을’ - [원천석(元天錫)/麗末鮮初, <부용전운(復用前韻)>三首其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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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1
The Winner Take It All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추양열전(鄒陽列傳)>에  ‘백두여신 경개여고’(白頭如新 傾蓋如故). ‘백발(白髮)이 되도록 오래 만났어도 처음 사귄 친구처럼 서먹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레를 멈추고 잠깐 만났어도 죽마고우처럼 여겨지는 사람이 있다.’고 하였다. 때론 백약(百藥)이 무효인가 싶은 생각이 찾아들기도 하지만, ‘길은 찾는 게 아니고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말에 용기를 얻기도 하는 우리들이다.
 미국 국적을 지닌 시민권자라고해서 무조건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대통령 자격 요건을 규정한 미 헌법 2조에 따라 미국 대통령은 “취임일을 기준으로 만 35세 이상, 14년 이상 미국에서 거주한 ‘태생적 미국 시민(natural-born citizen)’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선거의 당락(當落)은 그네(swing)처럼 표심(票心)이 왔다 갔다 해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라 불리는 경합주(競合州) 6~7곳에서 결정 난다. 이는 미국 대선의 복잡하고 독특한 특성과 관련이 있다. 대선을 치르는 대부분의 주에서는 승자독식제를 도입하고 있다. 아무리 격차가 근소하더라도 1위 득표자에게 배정된 선거인단을 전부 몰아주는 제도다. 선거인단은 총 538명이고 각 주별로 인구에 비례해 할당돼 있다. 여기서 과반인 270명만 확보하면 무조건 당선이다. 때문에 대선 때마다 양당 후보들은 자신과 상대방의 텃밭은 제쳐두고 스윙 스테이트 유세에 집중해왔다.
 다만 메인주와 네브라스카주는 다른 주(州)들과는 달리 승자독식제(勝者獨食制)를 채택하지 않고 득표 비율에 따라 선거인단을 배분한다. 연방제국가인 미국에서 각 주별(州別) 독립성을 지키자는 취지에서 고안된 승자독식제지만, 교통과 통신이 열악했던 200년 전 제도를 이젠 바꿀 때가 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D•트럼프 현직 대통령과 J•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2020년 대선에서 조지아•애리조나•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네바다•미시간 7곳이 3%포인트 이내 득표율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당시 노스캐롤라이나를 제외한 6곳에서 바이든이 이겼다. 앞서 2016년 대선에선 득표율 3%포인트 ±이내 상위 8개 격전지를 트럼프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4곳씩 가져갔는데 트럼프가 승리했다. 모닝 컨설트•블룸버그뉴스가 지난해 11~12월에 조사한 7곳 경합지 모두 트럼프가 바이든을 앞섰다. 대부분이 오차 범위 내 ±우세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바이든이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아이오와는 첫 대선에 도전했던 2016년 트럼프에게 ‘충격패’를 안긴 곳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농업 주이다. 이른바 ‘콘 벨트(corn belt)’ 중심지인 아이오와는 인구 310만명으로 미국 전체의 1%도 안 된다. 하지만 초반에 승리할 경우 상승세를 이끌어갈 가능성이 커 ‘대선 풍향계(風向計)’로 불려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 주관으로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Town hall Meeting)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방위 공약을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들이 제대로 우리를 대우할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답변을 했다. “나토는 우릴 이용했다”고 하면서 동맹국들이 자신들 몫의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은 탓에 미국이 이를 떠안게 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쪽집게로 소문난 英 언론의 새해 전망…미국 대선 승자는 누구?” 적중률이 높기로 유명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필진들의 ‘2024년 세계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미국 대선, 중동 정세 등 주요 이슈들에 대한 새해 전망을 밝히면서 11월에 열리는 미국 대선 승자로 조•바이든 대통령을 지목해 눈길을 끈다. “인기 없는 바이든 대통령 대항마로 나선 자격 없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은 미국 역사상 가장 더러울 것”이라며 “비록 눈에 띄게 연로해 보이지만, 조•바이든은 가까스로 승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11월 재선 도전에 나선 조•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3월 7일 의회에서 집권 4년차 국정연설을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X에 올린 글에서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의 국정연설 초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1기 임기 중 마지막인 이번 국정연설은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에서 승기를 굳힐 것을 보이는 ‘슈퍼화요일’(3월 5일•가장 많은 주에서 경선이 실시돼 일컫는 말) 이틀 뒤에 열린다.
 메인주의 셰나 벨로우스 법무장관의 결정과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D•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 대선후보 출마자격에 제동을 건 결정의 근거가 된 미국 수정헌법 3조항(섹션 3) 내용은 단 2줄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누구든지 “헌법을 수호한다”는 내용의 선서를 하고도 국가에 대한 반란에 관여한 공직자는 선출직 공무원이 될 수 없으며 의회에서 2/3 지지로 이를 허락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남북 전쟁이 끝난 뒤 남부연맹 출신 공직자들이 연방정부 진입을 차단시키기 위해 마련된 3조항은 의회가 1872년에 대부분을 사면한 이후 사실상 무용화(無用化)되어 거의 사용되지 않던 유별난 법적 영역이라고 AP통신이 분석 했다.
 법학자들에 따르면 20세기 들어 이 법이 유일하게 인용된 것은 1919년 미 의회가 미국의 제1차 세계대전 참전에 반대하는 사회주의자 의원들이 하원의원으로 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출마 자격을 박탈한 것이 유일하다고 했다. 하지만, 2021년 1월 6일 역사상 초유의 의사당 폭동사건에 적용되었다. 뉴멕시코주의 한 농촌 카운티의 판사 한 명이 이 법을 적용해서 카운티(county) 의원 한 명이 의사당 난입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공직에서 퇴출시켰다.
일부 보수정객들은 트럼프가 같은 이유로 출마자 명단에서 삭제될 경우엔 앞으로 정당들이 3조항을 이용해서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정적들을 제거하려 나설 것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트럼프와 지지자들은 이번 자격박탈 판결을 ‘반(反)민주주의적’결정이라고 비난하면서 이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연결시키고 있다. 콜로라도주 판결을 비롯해 트럼프 자격 박탈을 주장해온 진보단체의 기부자들이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기부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바이든정부는 대통령이 이번 판결이나 트럼프의 대선 예비후보 자격과 관련한 어떤 판정에도 역할을 한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트럼프제거를 찬성하는 이들은 1월 6일 의사당 폭동 자체가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3조항의 적용에는 그 보다 더 적합한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만약에 트럼프를 대선후보자 투표지에 계속 올려놓는다면, 이는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극단적 범죄행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사법제도를 왜곡시키면서 처벌받지 않고 빠져나가는 중대한 첫 판례로 남을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부침(浮沈)을 거듭해온 인류역사는 걸출(傑出)한 영웅•호걸들이 “용(龍)이 되고 범(虎)이 되어 한 시대를 할거(割據)하고 위용(威容)을 떨쳤으나 역시나 허망한 일(爲龍爲虎亦成空)”이었다고 적고 있다.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속에서 퍼덕거리는 물고기’에 비유되기도 했고, ‘우물 속에 빠진 당나귀가 살아난 방법’을 에둘러 일러주는 우화(寓話)도 있다. Sometimes you will never know the true value of a moment until it becomes a memory.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 [알베르토 지코메티(스위스 조각가), <걷는 사람(Walking man)>] (대한민국 ROTC회원지 Leaders’ World 2024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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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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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8
“일흔여덟? 아이고 한창 때로구나!”



 “때르릉~ 너 올해 몇이나 됐냐?” 어처구니없는 말투에 공손히 응답했더니 친구의 새해안부 전화다.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지 다 할 수 있는 나이로세~. 식사는 거르지 말고 두루두루 건강하자! 그래그래 너도~ 한바탕 떠들썩했더니 기운이 샘솟는 듯 했다.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화천천 일원에서 진행 중인 ‘2024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가 채식단체 등 전국의 수십개 시민단체가 “동물학대를 중단하라”고 규탄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산천어 축제는 지난 2011년 미국 CNN이 발행하는 세계적 여행잡지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외로운 행성)’을 통해 ‘겨울철 7대 불가사의’로 소개되면서 해외에서도 유명해진 행사다. 2003년 시작한 축제엔 2006년부터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이 다녀갔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축제” vs. “잔인한 집단학살”이라는 의견이 첨예(尖銳)하다.

 

 동물해방물결•환경운동연합 등 39개 시민단체가 화천군청 앞에 모여 “산천어축제, 송어축제, 연어축제 등 동물을 오락의 대상으로 삼아 불필요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죽이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며 산천어 축제는 동물학대 소지가 있으니, 화천군이 축제를 서둘러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는 “3년 전부터 화천군에 ‘고통을 느끼는 어류를 윤리적으로 대우할 것’을 요구했지만, 화천군은 무응답, 적반하장, 무변화로 일관해 왔다”며 “매년 화천에서 열리는 산천어축제는 동물에게 과도한 고통을 가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남에게 강요하지 말고 본인들만 가지 말라”는 반응이 나오는 반면 “산천어를 놀잇감으로 이용하는 게 잔인하게 느껴진다.”면서 “이러다 낚시까지 동물학대에 속할 듯”이라는 짓궂은 의견도 비춰진다.

 

 2024년 국제사회에서 휘몰아치는 외풍(外風)의 최대 진앙지(震央地)는 올 11월에 예정된 미 대선일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 91개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바이든 현 대통령과 재격돌에서 승리할 것이란 여론조사가 많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세계는 각자도생의 초불확실성(超不確實性) 시대로 휘말려 들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러시아의 공세를 저지해 왔던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급변할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이다.

 

 미국 셰일 오일(shale oil)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의 감산(減産)효과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유럽과 중동 두 곳에서 전쟁이 동시에 전개되고, 산유국들이 감산까지 하고 나섰지만, 꿈쩍 않는 유가(油價)는 $70 선에서 보합세(保合勢)다. 고유가였던 2010년대 초반에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산유국들의 협공(挾攻)에 버티지 못하고 퇴출(退出) 직전까지 갔던 셰일 오일 업계가 반격에 성공한 모습이다. 제1•2차 오일쇼크 이후 전쟁 등 지정학적(地政學的) 위기 때마다 원유(crude oil)를 지렛대삼아 국면(局面)을 좌지우지하던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감산해가며 굴욕을 맛보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셰일 오일 업계가 저유가(低油價)시기를 견뎌내며 생산 효율화에 나서 시추(試錐) 기술이 발전하며 시추공 아래에서 옆으로 길게 뻗는 수평 시추관의 길이는 2010년대 중반 1.6km수준에서 이제는 2~3km까지 늘었다. 시추공(試錐孔) 하나에 4개 정도였던 파쇄용(破碎用) 구멍도 이젠 12개 이상으로 생산성이 높아진 셰일 업계는 원자재•인건비 급등을 흡수하며 배럴당 $40 선에서 이익을 거두고 있다.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새해에는 셰일 오일 생산 단가가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자신의 대선 패배를 뒤집으려고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을 부추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막을 수 있느냐는 문제가 결국 연방대법원에서 결정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사기(詐欺)’ 주장으로 지지자들을 선동해 2021년 1월 6일 의회에 난입하도록 한 게 ‘반란 가담 행위’라며 콜로라도주 경선 투표용지에서 그의 이름을 빼라고 판결한 콜로라도 주(州) 대법원의 판결을 번복(飜覆)해달라고 한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구두변론을 2월 8일로 잡아 사건을 신속히 심리할 것임을 시사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이 오는 15일 아이오와주에서 시작되고, 콜로라도주 경선이 3월 5일 예정돼 있어 그간 법률학자들은 연방대법원이 이 사안을 서둘러 정리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현재 미국 여러 주(州)에서 콜로라도주와 유사한 판결이 진행되고 있어 대법원의 결정이 이런 소송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미국 공화당은 오는 7월15~18일 전당대회까지 당 대선 후보를 최종 선출하기 위한 6개월 동안의 대장정(大長程)에 돌입한다.

 

 미국 대선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대한 정치적 사건을 맡으면서 대법관들의 정치적 성향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콜로라도주 판결은 ‘헌법을 수호하기로 맹세했던 공직자가 모반이나 반란에 가담할 경우 다시 공직을 맡지 못한다’고 규정한 헌법 14조 3항을 적용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폭동이 반란에 해당하는지, 본인이 폭동을 선동해 반란에 가담했는지 등이 핵심 쟁점이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강경 보수 성향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의 심리기피(審理忌避)를 압박하고 있다. 부인이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를 지지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공화당은 오는 15일 아이오와(IOWA) 코커스(黨員大會)를 시작한다.

 

 미국과 연합국이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개시하며 후티 반군 대응에 나섰다. 미국과 영국이 군사개입에 나서면서 중동전역으로 번져나갈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티 반군의 홍해(紅海) 위협에 대한 직접 대응으로 이날 폭격이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영국은 캐나다, 호주, 바레인, 네덜란드 등 우방 세력의 지원으로 공격에 나서 후티 반군이 홍해를 항해하는 상선(商船)공격에 활용한 군사자산을 집중 공격했다고 한다.
 지난해 중국 건국 후 처음으로 3연임(連任)에 성공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대만 흡수 통일을 추진하며 대외 팽창 노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24년 신년사에서 총통 선거를 앞두고 있는 대만을 거론하며 “조국통일은 역사의 필연(必然)”이라고 천명(闡明)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통일을 거론, 올해도 ‘대만 침공’ 가시화(可視化) 여부가 주목받을 것이다.

 

 선거 유세장에서 “둥쏸(凍蒜)! 둥쏸! 둥쏸!”을 외치며 저마다 지지 후보자를 위해 외쳤는데 둥쏸은 ‘얼어붙은 마늘’이란 뜻이지만, 현지어로 ‘당선(當選)’과 발음이 비슷하다고 한다. “유권자의 한 표가 대만의 미래와 세계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며 지지(支持)를 호소했던 개표 결과가 발표됐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성향이자 집권당인 민주진보당(民進黨)의 라이칭더(賴淸德•65) 당선에 외신들은 양안(兩岸) 및 미국•중국관계에 긴장감이 고조될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은 “시진핑이 ‘말썽꾸러기’라고 일컫는 지도자를 대만은 선출했다”며 “중국에 타격을 입혔다”고 에둘러 전했다.
 자신의 정치 입문을 “예상치 못한 여정”이라고 표현했던 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 당선자의 가장 뚜렷한 색채는 반중(反中) 성향이 강한 민진당 내에서도 대표적 ‘대만 독립주의자’다. 선거운동 기간 극단적인 대화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유화적인 표현을 쓰긴 했지만 당선 이후에 ‘본성’을 드러낼지가 관건이다. 특히 라이칭더가 당선되면서 민진당은 대만이 직선제를 도입한 1996년 이후 처음으로 3번 연속 집권에 성공한 당(黨)이 된 것은 민진당의 반중(反中) 노선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늘 대만은 주권 국가이고, 중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며 “대만을 제2의 홍콩, 제2의 티베트로 만들 순 없다”고 주장해 중국의 반발을 일으켜 왔다. 대선 후보로 선거가 가까워오면서 ‘독립’이란 단어보단 ‘현상유지’를 주장하는 쪽으로 현실주의자로서의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최소한 차이잉원(蔡英文)총통 수준의 대중(對中) 관계는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대만(臺灣)을 수복해야 할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해왔던 중국당국과 관영매체들이 대만 대선 결과에 대해 ‘남의 일’처럼 대하는 모양새라고 한다. 중국의 이런 대응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지켜 승리가 예견됐던, 중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독립주의자’인 라이칭더의 당선 결과를 중국인들에게 서둘러 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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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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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1
온누리에 평화와 희망이 새롭기를

 고전(古典)이 유의미(有意味)한 것은,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오랫동안 사랑받는다는 데 있을 것이다. 은(銀)쟁반에 진수성찬이 가득할지언정, 이 세상 모든 총들이 녹이 슬 정도로 평화로워지길 기도하면서 ‘녹슨 총(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는 역설적인 노랫말도 얻어듣는 우리들이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 수면 장애는 건강과 직결된다. 수면 시간이 불규칙한 사람은 물론, 규칙적일지나 주어진 시간의 무게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미국 뉴욕에서도 새해맞이 대표 명소인 타임스스퀘어에서 어김없이 뉴욕타임스(NYT) 사옥 옥상에서 무려 6톤에 달하는 수정 구슬이 내려오는 ‘볼드롭(Ball Drop)’ 행사에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3,2,1’ 목청 높여가며 Happy New Year! 카운트다운 하는 축제분위기와는 달리 지구촌 다른 한편에선 포성이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세밑 가자지구 공세(攻勢) 수위를 높였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새해 첫날부터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매년 진행되던 새해맞이 불꽃놀이와 콘서트는 취소됐고, 이스라엘에선 텔아비브 고층 건물들이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의미로 노란색 조명이 비춰졌다.
 전쟁 당사자들은 새해 메시지를 통해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이 끝나려면 “몇 달 더 걸릴 것”이라면서 조속한 분쟁 중단 희망에 찬물을 뿌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대국민 연설에서 “절대적인 승리를 거두고 우리의 모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리들은 절대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합을 호소했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내년에는 적들이 우리의 분노를 느끼게 될 것”이라며 항전(抗戰) 의지를 불태웠다.

 

 계속된 전쟁 속에서 주민들의 고통은 이어지고 있다. 가자지구에선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난민캠프에 모여들어 피난처, 식량, 물을 얻어야 하는 이들은 새해 희망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들은 “우리가 겪는 고통으로 따지면 새해는 오지 않았다”며 “모든 날이 고통의 연속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을 가족으로 둔 이스라엘 주민들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들은 새해를 향해 가지만 우리의 시간은 가족이 납치됐을 때 멈췄다”고 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총선(總選)까지 국민의힘 사령탑을 맡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됐다. 그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비상한 현실 앞에서 ‘잘할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자신감보단 동료시민과 나라를 위해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며 9회말 2아웃 2스트라이크이면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애매해도 후회 없이 휘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식 있는 동료시민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길을 같이 만들어가겠다. 국민의 상식과 생각이란 나침반을 가지고 앞장서려 한다.”고 했다.

 

 “나침반만으로는 길 곳곳에 있을 사막이나 골짜기를 다 알 순 없겠지만, 지지해주시는 의견 못지않게 비판해주시는 다양한 의견도 경청하고 존중하면서 끝까지 가보겠다. 용기와 헌신(獻身)으로 해내겠다는 약속드린다.”고 피력(披瀝)했다. 
천의무봉(天衣無縫)의 수사력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수많은 재계 총수들을 구속시키며 ‘조선제일검(朝鮮第一檢)’으로 불린 ‘천재 칼잡이’였던 그가 정치인으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세상의 모든 길은 처음엔 길이 아니었다”며 중국의 대문호 루쉰(魯迅)을 인용해 비상대책위원장직 수락 의사를 시사했던 그의 연설에선 “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심이다.(Fear is a reaction, Courage is a decision.)”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발언을 인용하며 정치 참여 의지를 다졌다.
 뉴스1에 따르면 “민주당에서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을 말하는 분들의 1차원적 사고를 보며 많은 걱정을 하게 된다”며 “그는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는 사람이다. 냉철한 판단과 강력한 실행으로 여당(與黨)을 변화시킬 능력이 있다”며 “민주당이 막연히 상대방의 실책(失策)만 기다리고 방심하다간 필패(必敗)할 것이다”면서 “민주당은 정신 바짝 차리고 굳게 단합해 혁신(革新)해야 한다며 수평선 너머에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이 인생의 덧없음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새해엔 건강한 삶을 다짐하는 분들이 많다.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말썽꾸러기 행동을 보이는 아이는 ‘금쪽이’, 천방지축(天方地軸)인 어린자녀의 엄마라서 ‘맘충’이라고 불리며, 사회적인 지탄과 인터넷상 조리돌림 대상이 되어 맘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정답이 없는 인생살이 역지사지(易地思之) 이해하고 지켜봐 줄 수 있다면…. 언감생심(焉敢生心) 나이를 되돌릴 순 없고 시간은 붙잡지 못할지언정 서로 돕고 건강하게 나이 들어갑시다.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내 배에 승선시키지 않겠다.” [1851년 영국 런던에서 <고래>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소설로, 포경선(捕鯨船) ‘피쿼드’호의 1등 항해사 ‘스타벅’의 입을 빌린 표현] 허먼 멜빌의 소설 제목 <모비딕>은 ‘Moby(거대한) Dick(녀석)’이라는 뜻이다. 향유고래는 이빨고래 중에서 덩치가 가장 크고 영리해 바다의 제왕으로 불린다. <STARBUCKS>는 소설 <모비딕>의 항해사(航海士) 이름에서 따온 커피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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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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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4
♬아~아~ 대한민국 영원하리라!♬

 

 여명(黎明)이 밝아온다. “새해에도 건강과 행운이 여러분 가정에 함께하시길!” 열심히 노력하면서 세숫대야에 세숫물만 떠 놓아도 용(龍)이 날아오를 것 같고, 이뤄내고픈 꿈도 적시안타(適時安打)였으면…. 하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며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할 일이다.

 

 다양한 풍경과 활기찬 문화가 넘치는 세상이다. 세계적인 포털 구글은 올해의 검색어 발표에서 ‘비빔밥’이 조리법 분야의 1위에 올랐다. “정갈하면서도 화려한 느낌. 몸에 좋은 각종 제철나물이 들어있고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점이 사랑받는 비결로 꼽혔다고 한다. ‘음식과 약(藥)은 그 뿌리가 같다’는 철학이 담긴 비빔밥’은 K컬처 열풍 속에 드라마가운데 우리 음식이 많이 등장한 것도 덩달아 영향을 끼쳤단 분석이다.

 

 COVID-19가 지구촌을 뒤덮던 2021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메신저(m)RNA 백신이 등장했다. 각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과학을 믿고 백신 접종에 나서자고 권장했으나, 새로운 백신이기에 접종받길 주저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미국의 비영리 디자인 연구소 앰플리파이어는 예술가들이 오픈 소스 형식으로 포스터 제작에 참여하고, 무료로 배포되어졌다. 메시지가 간결하고 강렬한 V자 포스터는 약 2000만 명이 내려 받아 지구촌 곳곳에 붙이면서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결국 대규모 백신접종으로 인류는 COVID-19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

 

 전 세계 뉴스 부문에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최다 검색어로 꼽혔다. 지난 11월 24일부터 두 차례 연장된 휴전이 12월 1일 종료됐음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모두 전투 재개를 확인하면서 국제사회의 장기휴전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휴전 파기 직후부터 격렬한 전투가 보고되고 있는 가운데, 그럼에도 휴전협상이 물밑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희망적인 목소리도 있지만 휴전이 앞으로 다시 타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 군사 작전에 관해 브리핑 받은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지중해 바닷물을 끌어와 하마스땅굴에 쏟아 붓는 침수(侵水) 작전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구축한 가자지구 지하 땅굴을 파괴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바닷물 침수작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일주일만이다. 이스라엘의 최대 골칫거리는 땅굴이다. 하마스는 서울 면적의 60%인 가자지구에 총연장 500여 ㎞의 땅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휘부, 무기고, 지하통로, 벙커로 활용한다. 이스라엘의 파상공세에도 궤멸되지 않고 재기할 수 있는 기반으로 삼았다. 이스라엘로선 땅굴파괴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미 로봇 부대, 특수공병대, 화학무기, 불도저를 투입해 전방위(前防衛) 공격을 퍼부었다. 일부에선 전쟁을 끝낼 전략이라 하고, 땅을 황폐화시킬 반인도적 행위라고도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다음 전쟁터는 대만해협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대만군이 미사일로 싼샤댐을 겨누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억지력이 될 것이라고 한다. 세계 최대의 수력발전소인 중국 후베이성 싼샤(三峽)댐은 높이 185m, 길이 2.3㎞에 총저수량은 393억t으로 소양강댐의 13배 넘는 댐이 무너지면 양쯔강 하류의 광저우, 난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서 4억 명 넘는 이재민이 발생할 것이란 말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이 부산 깡통시장에서 분식 먹방 사진이 ‘동원(動員) 논란’으로 번지며 세간(世間)이 떠들썩했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대통령인 저의 부족한 소치”,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한 대통령의 부산 행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어야 하는데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경제위기 속 글로벌 경쟁을 향해 기업인들이 뛰어도 모자랄 터인데 대통령 행사에 ‘부르면 달려가야 하는 운명’이라며 진보 언론은 각을 세우고 ‘쇼’로 치부했다.

 

 ‘떡볶이 사진’ 한 장으로 촉발됐지만, 대통령실은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부산 방문은 2030 세계박람회 유치는 불발됐어도 정•재계가 함께 경제발전에 힘쓰겠다는 약속의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그룹 홍보맨들이 ‘기업회장님이 대통령실 행사에 참석하는 의미가 뭐냐’는 기자 질문에 “부르면 안갈 수 있겠습니까. 괜히 밉보일 필요가 있나요”라고 대답했던 우문현답(愚問賢答)을 외려 떠올리게 한다. 대통령실 행사에 기업인들이 부름을 받은 것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가까이도 멀리 하지도 않음(不可近 不可遠)’을 고수한 정부도 있었다. 저마다 호•불호(好•不好)가 엇갈리긴 하다지만, 역대정부에서도 기업 총수들에 대한 ‘부름’은 계속돼 왔고 정권 색깔에 따라 모양새만 좀 달랐다는 것이다.

 

 한 언론은 <대기업 총수들 집단 동원은 최소화되길…> 타이틀의 사설을 통해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의 떡볶이 먹는 사진은 화제꺼리가 됐지만, 역설적으로 한국이 얼마나 기업하기 힘든 나라인지를 보여주는 듯했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잠시라도 한 눈 팔면 언제 떠밀려날지 모르는 글로벌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게 기업이다. 대통령이 부르면 만사 제치고 참석해야 하는 것이 한국 실정”이라며 기업 총수 동원은 가급적 최소화하라고 주문했다.

 

 ‘피크(peak) 코리아’의 가장 뚜렷한 징후는 추세적(趨勢的)인 경제성장률의 하락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큰 나라와 비교해도 한국의 성장률 하락세는 심상치 않다는 IMF의 전망이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빠른 고령화(高齡化)는 선진국 따라잡기를 어렵게 하고 있다. 경제성장은 노동, 자본, 생산성의 함수(函數)다. 이런 추세라면 GDP 감소의 가장 큰 몫은 급증한 노년인구의 부양(扶養) 부담인데, 2050년 GDP는 지금보다 줄어들고, 경제성장률은 0%에 머물 것이라는 예측이다. ‘인구는 감소하고 생산성은 낮고’ 세계 경제의 우등생이자 모범생이던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상비(常備) 병력 50만 명이 무너지며 군(軍)은 새해부터 신병교육대 3곳 해체를 시작으로 계속 줄여가기로 했다는 뉴스다. 군 복무할 사람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라는데 현재 27만 수준인 스무 살 남성 인구는 15년 후엔 30% 더 감소한다니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앞당겨 보는 듯하다. 2040년이면 지방대학 절반이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는데, 인구구조의 변화는 국가재정, 연금, 교육 등 사회 시스템 변화로 직결되게 마련이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성장이 계속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역동성 측면에서 봐도 여전히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밖에 없고, 한해 50조 원 이상을 쏟아 붓는 지금의 저출생 대응은 적절한지, 근본적인 재검토가 시급한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시점이다.

 

 나옹(懶翁) 선사가 지었다는 낙도가(樂道歌)에 “마음도 일 없는 마음이요, 얼굴은 엄마가 낳아준 얼굴”(心是無事心 面是?生面)이라 했다. 인간의 이상(理想)과 현실의 괴리(乖離)는 생각보다 훨씬 크지만, 자연의 섭리(攝理)에서 인간은 초라하다 뿐만 아니다. 불완전하기에 강해야 하고, 확신할 수 없기에 보다 현명해져야 마땅할 터이다. 일모도원(日暮途遠)이지만, 달이 기울면 별 반짝이듯 너나없이 쉽지 않은 일 넘어선다면 오죽이겠다. (대한민국 ROTC 회원지 Leaders’ World 2024년 신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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